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는 터미널에서 우연히
고장난 MP3를 줍는다.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는 내다버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우는 누군가 잃어버린 분실물이라고 믿고 싶다.
시간 상 뭘 볼까~ 하다 한선화 때문에 선택한 창밖의 겨울인데 시놉으로
보이는 것처럼 잔잔하지만 딱 겨울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 잘 어울리네요.
달콤쌉싸름하니 인생의 한 시기를 졸업하는 영화라 추천하는 바입니다.
3.5 / 5
91년생인 이상진 감독의 장편데뷔작인데 요즘 젊은 감독들의 작품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 좋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독을 꿈꾸던 석우(곽민규)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수연(목규리)의 이별통보에 집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 때 나왔던 말에 가까워지기 위해서인지 영화를 찍기 위해 땄던
대형면허로 버스 운전기사가 되었는데 이토록 미련이 그득그득한
캐릭터라 동병상련적으로 너무 감정이입이 되서 웃프고 좋았네요.
그러다 수연과 비슷한 여성이 수연이 마지막에 들려주던 아이리버(?)형
MP3를 석우가 일하는 버스 터미널에 놓고 사라지면서 분실물을 담당하는
영애(한선화)와 접점이 생깁니다.
잃어버렸냐와 버리고 갔냐는 논쟁 끝에 매일 찾으러 왔냐는 석우가
점점 귀여워졌는지 나 좋아하냐는 물음이 진짴ㅋㅋㅋㅋㅋ
그렇까지 집착하는 석우는 와 ㅠㅠ
그리고 이후부터는 오히려 영애가 석우와 계속 같이 다닙니다.
어딘가 멍한 석우는 동떨어진 답변을 한다거나 어물쩍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영애는 웬만하면 다 넘어가고 다른 연결을 찾는게 멋진~
그렇게 MP3를 고치러 진해를 돌아다니는게 지역과 잘 어울려 재밌었고
의도치 않은 데이트 코스 느낌으로 흥미롭고 부러웠네요. ㅎㅎ
뭔가 어른의 건축학개론이랄까~
수리점이 아닌 수리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는데 찾으러 가지 않는건
수리비는 어떻하고!!부터 생각 나는겤ㅋㅋㅋㅋ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애틋했네요.
처음부터 탁구가 살짝 언급되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계속 기사 동료들이
치더니 한선화는 선출이었을 줄이얔ㅋㅋㅋ 그리고 그보다도 더 석우가
잘 치는 것도 재밌었네요. 아대도 그렇고 귀엽게 잘 진행되나~ 했는데~
수연과 연락이 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석우가 무너지는게 참 ㅠㅠ
아대도 처음엔 찬걸로 보여주다 다음 씬엔 가려져서 안보이길레 설마~
전화받고 뺀건가 싶었는데 옷 아래로 살짝 보이긴 하던...
그래도 적당한 거리에 꾸준히 영애가 기다려주면서 제정신은 차리지만
회상으로 나오는 수연의 묘한 매력은 석우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걸
잘 보여줬네요.
그래도 감독의 길을 놓지 않는 수연이 석우에 대해 다 알면서도
계속 궁금해하고 연락하는건 놓는 법을 모르는 석우에겐 어떻게 보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그나마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다행이긴 하지만... 안그랬다면 성격 상 평생 저랬을지도...
사실 어떻게 보면 6개월 상간의 일이니 그럴수도 있긴 하겠지만~
약간 남상 스타일로 한선화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 괜찮았네요.
이미지는 따로 없어서 블로그에서~
버릴줄 모르고 다 쌓아두고 사는 석우는 영화 자료도 다 버리고
졸혼을 택한 부모님과 옛 가족 영상도 보는 등 인생의 한 챕터를 마치고
넘어가는게 좋았네요. 버릴 수 있으면 버리라는 말도 인상적이고~
대신 영애는 버리고 가는거다라는 입장에서, 석우가 마음에 들어오면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집에 가져다 분류해 놓는게 좋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사실 한선화의 연기는 대표작(?)인 술꾼도시여자들은 못 봤고
편의점 샛별이와 SNL에서 시트콤 풍만 봤었는데 정극풍도 좋네요~
살짝 놀았던 언니풍+체육계+경상도 사투리, 거기에 한선화까지라
멋지게 통통 튀는게 참 좋았네요. 버스에서 자는 척(?)하던 씬은 진짴ㅋㅋ
너무 달달하니 미친 듯ㅋㅋㅋㅋ 게다가 이어폰 나눠듣기는 진짜~
언제 봐도 부러운~ ㅎㅎ
표준어권 남자들이 생각하는 경상도 가시나(?) 이상형을 완벽히
구현한 듯한 느낌이라 정말 딱 어울렸네요. 사투리는 잘 몰라서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애교투는 없어도 어투가 석우에게 잘 먹힐 느낌~
이런 와중에도 수연에 대한 미련과 MP3 생각에 머리가 꽉찬 석우는...
정말 눈에 보이는게 없는 이별구간이었던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하긴 곰같은 석우라 드리블링이 필요한데 오히려 영애가 딱 석우에게
맞는 핸들러긴 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엔 떨어져 앉던 의자도 옆에 앉고
거리를 걸을 때도 사람 하나의 공간은 두더니 나란히 걷는게 참 좋던~
진해 올로케로 찍었다는데 황해당인판사라던가 다양한 옛 풍경이 살짝씩
나와 건조한 겨울이 배경임에도 괜찮았고 진해가 궁금해지겠더군요.
여좌천이나 경화역, 군항제 등 좋은 곳도 많지만 겨울에만 몰입해
끝내버린 것도 졸업적인 의미같아 좋았습니다. 곧 봄이면 달달하니
석우와 애경도 벚꽃을 즐길테고 모두가 나름 해피엔딩이라 마음에 드네요.
기사들의 연기는 약간씩 깨긴 했지만 일반인적인 느낌을 일부러 낸건지
아니면 진짜 기사분들을 섭외한건지 모르겠네요. 최기사의 MP3 마지막은
뭔가 귀엽던~ ㅎㅎ
방산일 할 때 점심 때마다 탁구를 많이 쳤었던지라 더 추억추억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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