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한 신작인데 지루하고 멍청한 바보를 주인공으로 내전 상황인 20년대의 아일랜드를 그리고 있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사실 역사적인 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싶어 좀 망설여지는 영화였지만 감독을 믿고 본 건데 친구 이야기에 확실히 집중하고 있어 마음에 들었고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케리 콘돈, 배리 케오간의 연기가 모두 좋아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바입니다.

우정과 절교에 대한 골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더욱 공감 가는 바가 많아서 더 인상적인 영화였네요. 극 중에서 많이 쓰였던 Dull Dumb Gump한 인간으로서 파우릭의 엔딩은 씁쓸하지만 자연만이 남는구나 싶어 처연해졌습니다. 예상외라 눈물도 많이 나고 좋았던... 역시 믿고 보는 감독이네요.

4.5 / 5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쓰리 빌보드] 우물 파기

증거도 변변치않고 시간도 지난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인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우물 파기를 그린 영화로 남...

blog.naver.com

 




IRA나 공화국군에 대한 이야기가 어디쯤 끼어들어올까...하는 두려움(?)이 있던 게 사실이었는데 점점 진행될수록 이 절교식이 과연 어떻게 끝날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연출이라 너무 좋았네요.

어떻게 보면 배경으로만 묻어놓은 내전 상황인데, 간간이 들리는 포성 말고도 마을의 분위기나 아마도 콜름(브렌단 글리슨)의 상실감의 원인이 아닐까 싶지만 거의 맥거핀처럼 활용하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폭탄 테러 시기의 IRA도 머나먼 시기인데 20년대에 아일랜드 안에서의 내전을 설명하기 보다 찾아보게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느낌이었네요.

하루아침에 파우릭(콜린 파렐)에게 절교를 선언했지만 멍청하고 사람 좋은 파우릭은 끝까지 계속 전전긍긍하며 낙천적인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게 정말 딱 동병상련이라 와 ㅠㅠ)b

특히 비교적 젊은 파우릭에 비해 콜름은 상실감을 넘길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조바심이 드는 나이다 보니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는 파우릭이 끊임없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걸 견디지 못해하는 게 와...

너무나도 재미없다는 평을 들어오는 인간인지라 너무 찔리는 캐릭터였네요. ㅜㅜ 근데 이 재미없고 지루한 걸 어떻게 고치기가 쉽지 않은지라... 하... 다음 생엔 재미도 추가되길 바라야겠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듯한 여동생 시오반(케리 콘돈)과 같이 살고 있는데 똑똑한 그녀도 무슨 사정이 있는지 본토에서 돌아온 느낌인데 끝까지 사정을 알려주진 않는 게 좋았네요. 파우릭을 안 떠나겠다고 했지만 본토에서의 연락과 함께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떠나는 게... 그렇게라도 살 길을 찾은 사람은 떠나는 게 당시의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웠습니다.

그에 맞춰 파우릭도 그 모든 일을 겪고, 울면서 동생을 그리워하지만 편지에는 그녀의 정착을 기뻐하고 안심 시키는게 오빠다웠네요. 그게 그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을 테니...

 




동네 바보 도미닉(배리 케오간)을 파우릭은 은근히 무시하지만 어떻게 보면 세대가 다를 뿐 둘 다 동네 바보 역할이라... 하지만 실제론 도미닉이 명석한 부분도 있다는 걸 보여줘서 더욱 안타깝게 흘러갔네요.

 




절교를 선언했지만 경찰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두드려 맞았을 때는 일으켜 세워주고 마차도 몰아주는 게 너무 뭉클했네요.

실제로 오랜 친구가 절교에 대해 상의해 보자는 말에 길게 대화를 나누고 접촉을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이 마차 신에서 딱 콜름의 심정이 아마 불쌍해서 모질게 끊어내지 못한 친구의 마음 아니었을까 싶어 진짜 슬펐습니다. 파우릭처럼 을의 인간일 수밖에 없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확인해 보고 콜름의 자해에도 시도해 보는 게 답답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 씁쓸했네요.

 

 



충격적인 손가락 절단을 실제로 감행하다 결국 파우릭의 자연 친구였던 제시가 죽으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계속 저자세였던 그가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냉정하게 콜름을 대하더니 서슴없이 목숨에 대해 논하는 게 와...

각자의 소중한 게 다르긴 하겠지만 일부러 이러한 대상을 정해서 원한과 복수의 굴레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콜름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게 인상적이었던... 그래도 죽음을 택하진 않았는데 적대 관계는 풀리지 않음으로써 친구가 문제가 아닌 상태로 끝나 안타깝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끝맺음을 맺은 게 파우릭의 성격으로 보면 다행이었네요.

제시 같은 트리거라도 있어야만 진정 좋아하는 상대는 끊어낼 수 있는 바보다 보니... 사실 섬이란 공간 때문에 그렇지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자연 소멸이 제일 많을 것 같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콜름도 이해가 가는 바였습니다. 게다가 파우릭의 구애는 매일매일 이어지니...

 




무당 같은 할머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지... 신화의 끝자락인 근대에 어울리는 느낌이라 좋았네요. 사실 시오반도 떠날 결심을 하기 전에는 이 삶의 무게와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아마도 자살하려 신발을 벗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도미닉이 나타나 고백을 하면서 그녀를 살려주는 듯해 뭉클했네요. 어떻게 보면 죽음의 바통터치겠지만 그녀와 아마도 비슷한 무게로 죽음을 선택하려 하기 전, 마지막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어 묘했습니다. 초반에 주웠던 갈고리의 용도를 궁금해했는데 활용을 바로 보여주는 것도 참...

그로서 여러모로 망가졌던 경찰(게리 린던)이 아버지로서의 정신을 되찾아 주인공들의 시간을 벌어준 것도 슬펐네요. 그만큼 직접적으로 내전을 묘사하고 있진 않지만 아름다운 섬 풍경을 두고 무너져가는 인간 군상들로 표현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의외로 진득하게 인간관계에 대해 다뤘는데 마침 관객의 사정과도 비슷해서 더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지루하고 변화도, 발전도 없는 인간에 대해 신물 내는 콜름을 통해 재미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죄악인가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만들어줬네요. 이제 진정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파우릭을 보며 그저 대신 셀프 응원을 할 따름입니다. 어디서 제시라도 구해야...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앵가

캬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