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원자폭탄의 아버지란 표지가 나오자마자 연상되는 제목이었는데 그만큼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 개발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만들 줄은 몰라서 꽤나 재밌네요. 실제 인물의 전기나 3시간의 압박도 그렇고 평도 지루하다는 평이 어느 정도 있었던지라 우려되었는데 시간이 압축되게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킬리언 머피는 물론 모든 배우와 제작진의 총력전이 인상적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아이맥스 예매 때문에 늦게 보았지만 계속 흥행되는 이유가 있었네요.
4.5 / 5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티(에밀리 블런트)와의 기연도 흥미로웠지만 부부라는 운명 공동체적 지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던 아버지지만 같은 학자이자 어머니인 그녀는 가정이란 바운더리가 확실히 특별한 사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생의 마지막까지 같이 했으니 천생연분이긴 했나 봅니다.
그로브스(맷 데이먼)와의 티키타카도 좋았는데 마지막까지 다르면서도 인정해가는 모습이 짠하던~
이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과 견해 사이에서 마치 황희 정승 같은 수용과 식견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게 꽤나 좋았습니다. 다르다고 하여 쳐내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받아들이고 놔두는 모습은 현대에 부족한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더 마음에 들었네요.
극 중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박쥐 취급으로 양쪽에서 공격받고 이용당하지만 장군의 요청에 군복을 입었다 동료의 조언에 벗는 모습 등에서 보듯이 주어진 정보와 의견 하에서 자신의 판단을 유연하게 바꾸는 모습은 꽤나 좋았네요. 이러한 삶의 태도로 나름 살아가고 싶어 하기에 그의 고민과 처하는 상황들이 더욱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업을 이뤄냈고 매카시 광풍에도 무너지지 않고 스트로스의 흉계에도 견뎠다고 봅니다. 아인슈타인(톰 콘티)으로 돌아오는 마무리는 진짜 인고하는 성격의 오펜하이머에겐 빛이나 다름없지 않았을지... 연기는 물론 대사들도 다들 너무 좋았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네요.
물론 그렇기에 다양한 과학만큼 다양한 이념이 폭발하던 시기라 공산주의와 연이 없었던 게 아니었고 인텔리들에게는 더욱 접하기 쉬웠던 환경이라는 걸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이념의 변질로 손절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쉽게 광기적 매카시즘으로만 그려내지 않아 좋았네요.
거기에 하콘 슈발리에(제퍼슨 홀)의 소련에서 제시했을 듯한 반역적인 제안과 맨해튼 프로젝트 안에도 클라우스 푹스(크리스토퍼 덴햄)가 실제 소련 스파이로 드러나는 등 실제적인 스파이 활동이 있었음을 보여줘 극적 균형을 가져갔습니다.
개발도 그렇지만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케네스 니콜스(데인 드한), 윌리엄 보든(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모함에 제대로 걸려든 오펜하이머와 상무부 장관 임명 청문회를 교차 편집하며 흥미롭게 그려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능력은 진짜 대단했습니다.
특히 트리니티 실험처럼 오펜하이머를 옥죄어오는 자들이 삼위일체로 맞춰왔던 게 밝혀지며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는 게 더 의미가 있었네요. 물론 가상의 인물인 스트로스의 보좌관(올든 에런라이크)이 너무 현대적인 마인드와 태도로 스트로스를 대하며 감독의 직접적인 대변인으로서 의견을 표하는 듯한 게 시원하면서도 이질적이다 보니 유일하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과의 연이 불륜이긴 했지만 개발 때문에 떨어지면서 자살에 이르는 건 안타깝던... 다른 학자와도 그랬던 걸로 나와 난봉꾼적인 면모도 당시대를 반영해 그대로 그려낸 게 좋았습니다. 현대도 뇌가 섹시하다는 말을 쓰는데 그 정점에 섰던 인물이니 ㅎㅎ
특히 키티를 꼬실 때 쓴 양자역학적 손잡기는 진짜 빵빵 터졌네요. 물론 키티도 그걸 이해했으니 먹히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오펜하이머니 아니었어도~
놀란의 다음 작품도 어서 보고 싶은 작품이었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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