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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해피 아워로 좋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우연과 상상이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워낙 긴 시간의 영화들로 접했기 때문에 단편들이 엮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렇진 않았고 의외로 뭔가 홍상수스러운 느낌이 있어
또 마음에 들었네요. 다만 그와 달리 정말 말이 많은데 말이 그리웠던지라
상상과 우연이 가미된 말들의 향연은 참 듣기만 해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이라 호불호는 있겠지만 말이 듣고 싶었다면
추천하는 작품이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진실한 오토 오토메

여자없는 남자들 단편집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버닝같이 영상화한 작품으로 잔잔한 듯하니 흘러가는 3시간이지만너무 절절히 스며들어 시간 가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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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 낭청회

30대 후반의 여성 친구들 이야기라 사실 그리 끌리지 않았던 작품인데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워낙 좋게 봐서 328분의 압박에도도전해봤습니다.분명 특별한 이벤트까지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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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와 츠구미(현리)는 같이 일도 하지만 절친인데
어느 날 진중한 타입의 츠구미의 마법같은 만남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남친에게 바로 찾아가는 메이코가 흥미로웠던 작품입니다.

만남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뒤로 스쳐지나가는 가로등의 변색은
참 아름다웠고 그 끝에 돌아가 추측되었던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와
나누는 이야기도 속내를 토로하는 느낌이라 참 좋았네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상대가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욱더
귀한 감정이라 그 찰나를 엿보는 듯하니 말에 집중하는게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카즈아키의 목소리는 정말 부럽던~ 결국 되돌아온 직원에 의해
이런 찰나는 깨지고 마는데 전여친에 대해 얼마나 말하고 다녔던건지
아니면 그녀 역시 카즈아키를 좋아하고 있었던건지 또 재밌었던~

 

 



우연히도 츠구미와 메이코가 카페에 있는 와중에 카즈아키가 지나가면서
합석이 이루어지는데 그러면서 상상이 발동되는 것도 좋았네요.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뿐, 그에 대한 마음은 역시 풍화되는 중이었는지
츠구미에 대한 애정이 더 컸는지 그녀가 현실로 옮기지 않는게 쌉싸름하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의 독특한 가치관에 따르면 말하지 않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가능해
카오스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녀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이 생각했던 나와는 다르게 변한게 아닐까 싶네요.

워낙 영한 느낌의 인물이다보니 어른스러운 둘과 대비되는게 인상적인~

 




두 번째는 문은 열어둔 채로
세가와 교수(시부카와 키요히코)에게 졸업을 앞둔 사사키(카이 쇼우마)는
도게자를 하며 과목 이수에 대해 읍소하는 듯한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문은 열어둔 채로라는 말대로 원칙대로 오픈하는게 흥미로웠네요.

사사키는 섹스 파트너였던 유부녀 나오(모리 카츠키)를 선동해 좋아하는
교수임에도 미투를 일으키려고 도발을 시킵니다. 유혹에 약한 나오는
결국 그녀 나름의 방법으로 시행하는데...

이게 교수의 수상작 중 에로씬을 읽는 것이었다닠ㅋㅋ 너무 재밌었는데
교수가 꽂히는 포인트가 너무 동감이 가서 또 너무 마음에 들었던ㅋㅋㅋ

유혹이 없어서 빠질 일이 없었다는 것 등 뭔가 공감이 가는 캐릭터에
말이나 생각도 그렇다보니 정말 인상적인 교류였는데 결구에는 서로에게
감화되는게 참 좋았네요. 어려운 일이지만 또한 여기서도 서로 간의 의견과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찰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오가 교수에게 녹음을 보내려는 순간, 가족들이 돌아오면서
택배 이름을 줄기차게 외치자 자신도 모르게 오타가 나서 대학에 퍼지는게
정말 미쳤ㅋㅋㅋ

결국 교수도 사직하고 나오도 이혼 당하면서 사사키가 나름 원했던 바대로
흘러갔고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만난 사사키와 나오를 보면 취직도 잘 풀려
정말 밉상 캐릭터로 거듭났네요. 사실 이런 현실이 또 많으니 참~

다만 나오는 그런 일을 겪긴 했지만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안고서 책임져
어른의 풍모를 보이는건가 싶었는데 결혼한다는 말 이후에 명함을 주는건
또 어떻게 보면 다시 유혹에 약한 면모가 부활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전과 달라진 인상과 행동으로 쌉싸름했던 화였네요.

 

 



세 번째는 다시 한번
온라인 바이러스로 온라인 연락이 사라진 시대, 혹시나 학창시절의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지 동창회에 참석한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돌아가던 길에 아야(카와이 아오바)를 만나면서 그녀로 착각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착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게 재밌었네요.

언제 깨달으려나 싶었는데 그 포인트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진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 좋았네요.

 




그리고 결국 서로가 기억하지 못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어 행복이란걸
다시 찾는 모습은 우연이었지만 사람과의 만남,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참 인상적이었네요.

 




모리 카츠키의 낭독 씬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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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가

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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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 낭청회

영화 2022. 1. 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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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여성 친구들 이야기라 사실 그리 끌리지 않았던 작품인데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워낙 좋게 봐서 328분의 압박에도
도전해봤습니다.

분명 특별한 이벤트까지는 아닌데도 말이 부족한 시대에 말을 채워주는
영화다보니 역시나 좋았네요. 사람마다 소통을 말하는 시대지만
다양한 소통을 보여주는 친구들을 비전문 배우들로 채운 감독의
연출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실제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싶기도 했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진실한 오토 오토메

여자없는 남자들 단편집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버닝같이 영상화한 작품으로 잔잔한 듯하니 흘러가는 3시간이지만너무 절절히 스며들어 시간 가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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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에서 영감을 얻은 우카이를 통해 실제로 고베에서
비전문 배우들을 모집한 영화의 기조를 드러내는 듯해 재밌습니다.
아사코도 그렇고 대지진이 정말 무서운 일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 워크숍을 통해 진정한 관계가 천천히 드러나는 것도 좋았네요.
우카이의 독특한 페이스와 기행은 꽤 흥미로웠는데 여동생의 빈수레론은
정말 뜨끔하면서 아티스트라는 명칭에 고민하는 그에게 걸맞았습니다.

 

 

[아사코] 주는 사랑의 판타지

원제목을 찾아보니 寝ても覚めても, 자나깨나라는 뜻으로 아사코라는한국제목과 다르면서 이해가 가던 작품입니다. 평이 괜찮아서 찾아봤는데아무래도 소재다운 스토리이면서도 생각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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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미하라 마이코), 사쿠라코(키쿠치 하즈키), 준(카와무라 리라)
아카리(타나카 사치에)

다들 후미의 남편이 젊은 여성 작가와 일하는걸 웃으며 바라보지만
웃을 수 없는 후미... 대화를 많이 하지만 불만에 대해 토로할 수는 없는
온화한 성품의 후미와 남편은 흥미롭습니다.

 




1차 뒷풀이가 끝나고 이혼 소송이 밝혀지면서 친구끼리도 비밀이 있는게
드러나면서 참 가슴 아팠던... 그리고 결국 대부분 주관업체와 예술가의
친구들로 채워진 것도 ㅜㅜ

준이 말하던 물어보지 않았잖아를 통해 사이가 껄끄러울 수 있는 대화를
하지 않다보니 관계가 유지되는 친구들을 잘 표현되는 것도 좋았네요.

오래 보다보면 알아서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말하고 싶은 것과
그럼에도 숨겨야 하는, 그럼에도 서운한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그와중에 죽마고우인 사쿠라코에게는 말할 수 있었으니 더욱더...
관계의 카테고리가 극명해지는게...

진짜 5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대사들이 다 주옥같던~ ㅠㅠ

 




제일 평범해 보이던 사쿠라코와 남편의 가정도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뭔가 한국 사람적인 외양이라 더 잘 어울리기도 했네요;;

 




후미의 남편이 맡았던 작가가 낭독회 후 고백하면서 차를 세우는게
엉망진창으로 가나~ 했는데 부창부수라고 몇 시간이고 설득해서
돌려 보내는게 진짴ㅋㅋㅋ 근데 그러고 아침에 오면 안되짘ㅋㅋㅋㅋ

 

 




이성적으로 보이는 아카리도 사근사근해 보여 인기가 많은 후배에겐
뭔가 불만이 조금씩 쌓이는 듯 해서 또 잘 어울렸네요. 그러다가 결국엔
스스로 사고를 당하는게...

우카이와도 그렇지만 아이의 엄마를 찾는 상대와도 이어나가는 듯해
결국엔 어떻게 될지...불륜을 극혐했지만 양다리(?)는 그래도 또~

 




준은 이혼 소송에도 패소하고 상황을 바꿀 수 없자 도피를 택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사쿠라코의 아들과 마지막에 만난 것이
그나마의 위안이 되더군요. 그리고 지금의 시간을 건너 인생으로 보면
또 다시 만날 때가 오겠죠.

 




준의 남편인 코헤이는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정말 묘한 나쁜놈으로
나오는데 점차 대화가 진행될수록 조금은 공감되어 가는게 좋았네요.

특히 2차 뒷풀이와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는 시선 등 그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나는 말이 쌓이다 보니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사랑법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기대되는 바가 있었네요. 물론 일방적인 면은 그대로였지만...

사랑이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라는걸 제일 극명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고 이성의 극치를 달리는 그가 분석의 끝에 내리는 감성적인 면은
더 끌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후미와 남편은 차키까지 챙겨주는걸 반복하는 등 깨지나 했는데
작가의 고백에서 나온 사고 날까봐 차를 세운다는걸 직접 보여주며
담담해 보였지만 후미의 단절이 얼마나 큰 일이었나 차사고를 내는게
진짴ㅋㅋㅋ 그래도 정신을 차려가는 모양이라 이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이라고 봅니다.

상대를 위해서 뾰족한 부분을 갈고 갈아오다 관계가 파국을 맞은 둘이라
앞으로는 조금은 더 표현하지 않을지 싶네요. 그래도 후미의 우아함은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던~

 




후미와 돌아오던 사쿠라코는 모르고 추파를 던졌던 워크샵 남자와
다시 만나면서 원나잇을 감행하는데 그걸로 해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도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 좋았네요.

물론 남편 입장에선 갑자기 당한거라 계단에서 구르고 길바닥에서
주저 앉는 모습은 참... 안타까웠네요. 하지만 이 둘도 나름의 소통은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특히 시어머니는 다른 느낌이고
목석같은 남편의 당황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평소대로
잠시 돌아와줘서 애정이란 기반이 아직 남아있구나 싶었네요.

준과 함께 어려서부터 알던 친구들이라 더 그런 면이 있는 것도 싶고~
그러다보니 준에게도 거침없이 말하는 남편도 재밌었던 ㅎㅎ

 




이렇게 해피 아워가 끝나가는 듯 싶지만 30대가 저물어 간다고
인생이 끝나는게 아닌 것 처럼, 어쩌면 다 파편화되어 가는 관계를
그려가는 듯 싶지만 표현이 바뀌었을 뿐 대부분이 그대로인 사람들이라
다시 해피 아워가 돌아오리라 봅니다. 그게 누구와 일지는 모르지만...

잔잔하니 흘러가지만 말로 가득해 즐거웠고 카메라를 진득하게 바라보는
촬영으로 진심을 전하는게 상당히 마음에 들었네요.

워크숍에서 눈을 보는 것을 통한 이후 그걸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게
쉽지 않은 동양에서 흥미로운 연출이었고 비전문 배우들이라 그런지
더욱더 잘 어울렸습니다. 여러모로 낭청회같은 작품이라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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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가

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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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없는 남자들 단편집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버닝같이 영상화한 작품으로 잔잔한 듯하니 흘러가는 3시간이지만
너무 절절히 스며들어 시간 가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네요.

불륜과 죽음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먼저 돋보였지만 주제처럼 우직하니
우려내 마음에 들고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와닿는 면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연극과 함께 버무린 것이
신의 한수였네요.

아사코로 인상적이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으로 6시간에
육박하는 해피아워도 개봉하였으니 같이 함께 진득한 그의 연출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연말이겠습니다.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사코] 주는 사랑의 판타지

원제목을 찾아보니 寝ても覚めても, 자나깨나라는 뜻으로 아사코라는한국제목과 다르면서 이해가 가던 작품입니다. 평이 괜찮아서 찾아봤는데아무래도 소재다운 스토리이면서도 생각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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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발아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복귀작이자 사실상 처음 본 작품인 버닝입니다.매번 극장에서 놓치고 티비에서도 제대로 못봤었는데 드디어~칸에서도 평가가 좋다고 하고 나름 기대하며 봤네요. ㅎㅎ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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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인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섹스를 하며 오르가즘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지만 기억과 보완은 남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를 통해서
완성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를 병으로 잃었다는 설정이 나오다보니
어떻게 보면 이것이 이 둘의 아이이자 제일 큰 소통의 창구였구나 싶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돌이켜 보면 처연한 씬들이었습니다.

키리시마 레이카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매혹적이면서도 미묘한,
어딘가로 훅하니 사라져버릴 듯한 느낌이라 좋았고 그렇게 되었네요.

 

 



너무나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부부로 나와 알콩달콩했는데~

 




하루 일정이 밀린 가후쿠가 집에 돌아와 보니 작가인 아내는 일전에
소개한 배우와 신나게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으니 참...

넓고 넓은 주차장에서 범퍼 사이로 타이어를 집어넣는 주차실력을
보여주는게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짤방이 있길레 줍줍한ㅋㅋㅋ
가끔 저러기도 해서 동질감이~

 




결국 목격으로 인해 상실감은 배가 되고 그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평소와 다르게 유부들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저녁에 얘기 좀 해를
시전하는데... 갑작스러운 지주막하출혈로 죽어버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고 해소되지 않은 감정에 연극 배우로서의
능력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다 히로시마에서 연극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전에 일어났던
배우의 차량 사고로 무조건 드라이버를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미사키(미우라 토코)가 그의 인생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연습법 같은 그녀의 태도와 기대서 쉬지 못하는
그의 태도에서 거리감이 극명하게 드러나 흥미로웠네요.

게다가 차량이 사브 900 터보인데 우리와 같은 좌측핸들이라 대체 왜~
운전이 어렵다 예상하는거지 했는데 일본이 우측핸들인걸 잊었던~

그래도 첫 운전부터 실수없이 해내는 미사키는 어딘가의 두부장수같은
실력의 보유자였는데 거기도 죽은 폭력적인 어머니의 일화가 있어
둘 다 상실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공감이 상당히 울림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던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는 미성년자를 건드려
소속사에서 쫓겨났는데 가후쿠를 따라와 오토의 흔적을 느끼려는 듯해
참 두 남자 모두 오토의 징표가 찍혀있는게 슬펐네요.

또한 가후쿠와는 완성하지 못한 스토리를 다카츠키와 완성시키고
내가 죽였어를 연속할 때는 서로가 카메라를 죽일 듯이 바라보는게 와...
서로가 귀기어린 표정이라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카메라로 찍는걸
보복하는건 폭력정도고 오토를 진짜 죽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네요.

하지만 미성년자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서 그게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게
부인이 보는 눈이 참 없구나...싶기도 하고 그게 그의 매력이었고
가후쿠가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이었던가 싶기도 하고... 미사키는 그것도
오토 그 자체로서 받아들일 수는 없었냐고 묻지만 아직은...싶었네요.

그렇지만 일견 점차 상대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에 대해 와닿는 바가
생기는게 어떻게 보면 서글퍼지는 대화들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극단을 만들고 지난한 실내 연습을 어느 날이 좋은 날엔
끝내게 되면서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실전하게 되는데 무미건조하게
일부러 진행한 실내 연습도, 오토가 녹음해준 테이프와 응답하는 것도
쌓이고 반복되는게 이상하게 너무 마음에 와닿아 슬퍼졌네요.

사실 체호프는 갈매기라던지 뭔가 스노비즘적인 이미지로 많이 쓰여서
초반에 나왔던 고도를 기다리며도 그렇고 고전으로서의 기본이 아닌
부정적인 '또??'에 가까웠던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이래서 고전이구나를
보여주는 반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른 언어인데다 한국 수화까지로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연극이라 더 괜찮았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아서 좋았네요. 가후쿠가 바냐로 돌아오게 되는 장치로도
괜찮았고~

부부인 공윤수(진대연)와 이유나(박유림)이라던지 류종의(안휘태)같은
한국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엔딩 로케이션도 한국이라 인상적이었네요.

 




특히 배경이 히로시마다보니 원폭도 살짝 언급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공원 정도부터는 미사키가 가후쿠를 끄집어 내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며
주인공이 요청하긴 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따라 다니는 모습이
점점 따스해졌네요.

 

 



다카츠키가 사고를 치면서 가후쿠가 바냐를 맡아야만 하게 생겼는데
고민하는 이틀의 시간동안 미사키의 산사태로 무너진 집이 있는
홋카이도에 차로 다녀오기로 합니다. 동서 횡단은 한다는 느낌인걸
감으론 알았는데 네이버 지도의 자로 대충 찍어보니 1500Km는 되는게;;

안그래도 점차 앞좌석으로 앉기 시작했는데 속 깊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연이었던 차에서 같이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참 좋았습니다.

 




오토는 한자론 音이라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란 제목 때문인지 처음부터
AUTO, 차라는 의미로 와닿아 붉은 사브는 오토 그 자체의 분신같은
느낌이라 운전을 맡기는 것부터, 어디든지 따라다니는 것까지 흥미롭게
다가오는 오브제였습니다. 자신보다 능숙하고 아껴줄 수 있는데다
자심의 미련도 버릴 수 있게 되면서 미사키에게 넘겨준 것도 좋았구요.

거기에 캐릭터들 성격때문도 있긴 하지만 이 차에 타면 진실만 말한다는
느낌마저 주다보니 재밌었네요.

 




잃어서가 아니라 상대를 진실되게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진짜 상실이고 그러더라도, 그러지 않더라도 살아내야 하고
조용히 죽고 하늘로 올라가 고통받았다 이야기 하자는 연극의 장면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은 너무나 평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반복과 반복으로 지난하게 쌓다보니 인간미가 느껴져 감동적이었네요.

내가 바라던 상대의 본질은 이미 잃은 것이니 과거가 과거로서 지나간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의 오토와 대화를 나눴어야한다는 것은
답답한 동양적 시각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인정하지 않는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각자는 각자만을 돌아볼 수 있을 뿐이니 슬프지만 어쩌다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뿐, 나의 상대라 하더라도 타인은
타인이란걸 인정하는, 포기하는 것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네요.

처음엔 가후쿠의 우는 모습이 안어울리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 보면
아이처럼 모든걸 내려놓는 연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남 정도가 아니라 배경같은 존재였던 드라이버에서 진실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된 둘의 모습은 참으로 부러우면서
딸의 나이와 같다는 대화에서 오토와의 연이 이렇게 닿는구나 싶었네요.

가후쿠는 바냐를 다시 연기할 수 있게 되었고 미사키는 볼의 상처를
치료 후, 이유나의 개와 SAAB 900 turbo를 타고 방향이 맞는 한국을
내달리는 모습이 모두 평안을 얻는 듯한 해피엔딩이라 좋았습니다.

개는 왜... 싶었는데 이유나도 이젠 일본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는
의미가 아닐지~

상실과 인정, 인간과 이해, 그리고 치유까지 조근조근하니 그려내
사람에 실망하고 사람을 포기하게 되지만 결국은 사람이 그리워져
마음에 드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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