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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Untitled 1999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거대한 화강암 기념비는 1874년 이래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가 패배한 모든 경기를 나열한 것입니다. 단순 명료한 형태는 미국 워싱턴 소재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비를 닮았습니다. 마야 린(Maya Lin)이 구상한 기념비는 5만 8천여 명의 참전 용사의 이름을 새겨 패배로 끝난 전쟁이 불러온 비극을 함께 애도하고 국가적 분열로부터 회복하자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카텔란의 기념비는 전쟁과는 사뭇 다른 무게를 지닌 축구 경기의 패배를 다루어 스포츠 경기를 둘러싼 과열된 반응을 재고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전쟁과 축구는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둘 모두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냉혹한 경쟁이며, 개인의 입장과 자이를 지운 채 국가적 정체성으로 단결된 모습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카텔란의 기념비는 서로 다른 종류의 패배(fallures)를 포개어 집단적 상실(collective loss)을 어떻게 다루고, 기념해야 하는지 질문합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3편에 이어~

패배를 하나로 묶은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리움 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 3

그, He 2001 이 작품을 멀리서 보면 교복을 단정히 입은 어린 학생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거나 반성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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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Breath 2021

이탈리아 루카의 한 성당에는 귀족 여성이었던 일라리아 델 카레토(Iaria del Carretto)의 죽음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야코포 델라 케르시아(Jacopo della Quercia)가 만든 이 조각은 죽은 듯 누워 있는 인물과 주인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발치에 얌전히 자리 잡은 개를 보여줍니다. 카텔란은 이 기념비를 보았던 경험, 그리고 주무시는 부모님께 다가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던 어린 시절 습관에 비추어 웅크린 사람과 그 곁에 누운 개를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건축물과 조각에 사용 되어온 귀중한 재료인 카라라(Carrara) 대리석으로 만들어 숭고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조각은 두 존재의 유대감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진짜 우윳빛이라 발광하는 게 대단했네요.

뭔가 짠하니...

프랭크와 제이미, Frank and Jamie 2002

뉴욕 경찰 제복을 입은 '프랭크'와 제이미'가 거꾸로 서 있습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공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지만 이들은 보시다시피 버려진 마네킹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 작품은 9.11테러 직후 뉴욕의 대표적인 갤러리 중 하나인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때문에 당시 관객은 나란히 뒤집힌 뉴욕 경찰의 모습에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연상하고, 나아가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의 실패를 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년이 흐른 지금, 거꾸로 선 두 인물을 보며 우리는 공권력의 부재 혹은 남용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작품은 국가적 재난과 공권력같이 때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해학적이면서 생생한 얼굴로 마주하게 합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자연스럽게 거꾸리여서 정말 유쾌한ㅋㅋㅋㅋ

무제, Untitled 1999

사진 속 남자는 밀라노에서 카텔란의 작품 거래를 담당한 갤러리스트 마시모 드 카를로(Massimo De Carlo)입니다. 1999년, 카텔란은 밀라노의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첫날 드 카를로를 회색 덕테이프로 벽에 붙여 두었습니다. 작가와 그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고, 그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갤러리스트가 주도권을 잃은 채 관객 앞에 전시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드 카를로는 카텔란의 갤러리스트인 동시에 당시에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전시장의 벽에 걸리곤 합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정갈하게 연출된 전시장 벽 뒤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의 존재를 노출합니다. 이로써 숨죽인 전시장과 사람이 살아가는 바깥의 경계를 흐리며, 때때로 신화화되는 작품의 가치가 과연 어떻게 결정되는지 질문하도록 합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누군가 했더니 갤러리스트라닠ㅋㅋㅋㅋㅋ

유령, 2021 + 발견된 작품, Ghosts, 2021 + found work 2021

"아이 러브 뉴욕"이라는 문구는 미국 뉴욕 주의 공식 슬로건이자 로고로, 1977년 관광 캠페인의 일환으로 고안된 이래 큰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관광 상품에 등장했습니다. 9.11 테러 이후 이 로고는 함께 상처를 보듬고 회복하려는 이들 사이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카텔란은 뉴욕의 한 시장에서 이 캔버스를 발견했습니다. 희생자를 기리고, 구조 작업에 뛰어들었던 소방관에게 감사를 전하고, 도시의 회복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미술사적으로 레디메이드(readymade)란 발견된 오브제, 주로 대량 생산된 물건에 제목을 부여하고 전시함으로써 미술작품과 기성품의 위계를 뒤흔드는 시도입니다.

카텔란이 이미 만들어진 것을 작품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 또한 레디메이드지만,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흔적으로 인해 공동체적인 함의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빼곡하니 귀여운~

국기들도 많고~

밤, Night 2021

검은 판에 군데군데 구멍이 난 이 작업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검게 새기고, 크기가 제각각인 실탄을 여러 차례 발사하여 완성된 것입니다. 한 나라의 국기는 국가적 정체성과 긍지를 나타내며, 스포츠 경기나 전쟁에서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구성하는 연방주의 수만큼 줄무늬와 별을 새겨 넣어 화합과 빛나는 희망을 상징하는 성조기는 여기서 침울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러한 반전은 국가의 안보를 명분 삼아 일으킨 전쟁, 총기 난사를 둘러싸고 촉발된 무기 소지권 논란, 나아가 대규모 흑인 인권 운동으로 이어진 인종차별적 공권력 행사 등 한 국가의 어두운 면모를 상기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훼손된 국기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카텔란이 종종 참조하는 이탈리아 예술가 루치아 폰타나(Lucio Fontana)가 캔버스에 구멍을 뚫어 주어진 한계 너머의 공간을 보도록 한 것처럼 국가라는 단위가 내재한 폭력과 억압을 넘어선 사회를 보도록 하는 것일까요? 성조기를 관통하고 지나간 총알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국가적 트라우마와 희망적인 틈을 동시에 생각하도록 합니다.

-안내문에서 발췌-

실제 총기를 사용했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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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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