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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양천구 사건이라든지 더 이상 초등학생이라고 어리게만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도 어떻게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을 우습게 알고 점점 대담해지는 명은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만한 감정과 행동이지만 이지은 감독이 확실하게 파고들어 좋았네요. 물론 전체관람가이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첫 장편영화 연출인데 그 시대의 감성을 세심하게 가져오면서 현대적인 캐릭터를 중심에 세워놓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냥 무겁지는 않으니 한번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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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의 나이가 38살인데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학교와 여러 풍경들은 정말 마음에 들었네요. 그리고 흔히 쓸만한 가정에 대한 문제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은 것도 괜찮았습니다.

명은(문승아)은 게걸스럽고 현실에 집착하는 가족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하게 그리진 않았고 다른 제약도 크게 그리지 않아 명은의 발칙한 행동들에 집중하게 만들었네요. 문승아는 소리도 없이에 서도 좋았는데 주연으로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오빠인 민규(최현진)도 바가지 머리로 뭔가 개그적인 한방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진중하니 연기하고 잘 어울려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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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회사원과 가정주부로 거짓말한 것도 모자라 들킬 뻔하지 인터뷰를 핑계로 가짜 아빠와 엄마 사진을 찍어 언론 플레이하는 기민함까지 보입니다. 사실 회장의 어머니가 우울증 책을 가지고 있는 걸 이용해서 회장의 폭력을 이끌어내고 전학 보내는 딥다크한 상상까지 했지만 전체관람가다 보니 그 정도까지는 ㅎㅎ

그렇게 가족과 학교를 속이고 반장과 글쓰기에 대한 재능의 씨앗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서울에서 전학 온 혜진(장재희)과 하얀(문서현)이 나타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솔직함으로 상을 거머쥐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답게 기민하게 움직여 그녀들의 노하우를 훔쳐내려다 오히려 혜진의 내밀은 손을 잡고 친구를 먹게 되는데 이것도 다 거짓에 가까웠으니 참... 가족도 그렇고 모두가 자신의 발판이 되어야 하는 명은은 오히려 어리기에 순수하게 욕망을 가지고 행동해 영악스러운 순수악적인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었네요.

사실 시작은 담임인 애란(임선우)에게 주는 선물부터 시작하는 데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그녀는 명은의 선물을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지나쳐 버리는 게 처음엔 안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담임을 잡아먹고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대단했네요.

혜진에게 간파당하긴 했지만 중간 창구를 자처하며 여론 조작을 한다든지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문제에 돌입하면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이 해결되거나 넘어가는 신들은 좀 아쉬웠네요. 특히 제일 마지막 가족에 대해 깨닫는 지점에서는 얘가 명은이 맞나 싶게 돌변해 버려서...

물론 초등학생이라 급변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아서 감화되었다기보다는 해결할 수 없는 최종적인 코너에 몰리자 생존의 선택으로서 생각을 바꾼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보이던 명은의 캐릭터였는데 소녀스러움으로 퉁치는 모양새가 김이 새긴 했습니다.

임선우는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었는데 더 테이블에서 카페 주인으로 나왔었네요. 약간 허당이었지만 끝까지 차근차근하니 명은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은 악역으로 나올만한 교장(김승욱)이 오히려 그런 그녀를 커버 쳐 주고 그러한 처리 방식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었음을 듣고 반성하는 것도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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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심한 진짜 가족과 달리 외할아버지(이동찬)와 외삼촌(곽진무)는 측은지심도 있고 교양 있는 새로운 가족이라 흡족해하는 게 또 웃펐네요. 특히 그게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희생 위에 있다는 걸 관객들은 알고 있다 보니 진짜 가족에게는 냉담하고 남에게는 친절한 유형의 그들이 역설적으로 더욱더 한심하게 다가왔습니다.

명은에게 잘하는 것도 아직은 남에 가깝기에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했네요.

하지만 어머니인 경희(장선)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며 결국엔 끝까지 놓고 싶어 하지 않았던 대상도 거절하고 본가에 들르는 엔딩을 맞이하여 다행이기도 했지만 만약 돌파구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 상황에 돌입했을 때는 그녀의 성향이 제대로 발현되진 않을까 하는 상상이 펼쳐지는 영화였네요. 그러기엔 너무 따뜻하니 끝나버렸지만 ㅎㅎ 손님이 경희의 옷에 슥 닦을 때는 와... ㅜㅜ 억척스럽고 단단한 엄마를 장선 배우가 진짜 잘 연기하셨네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여성주의적인 기류인데 연을 끊을 정도인 외가 쪽 남성들도 마찬가지고 아버지(강길우)마저 전형적인 놈팡이로 만들어 아쉬웠네요. 물론 시장이다 보니 주 고객인 여성 손님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으로 면피하긴 했지만, 새벽같이 나가서 가게 문을 열며 지나가는 행인에 혹시라도 몰라 남편과 아들을 부르며 있는 척하는 어머니와 대비되게 늦게 일어나고 술 마시는 모습이 주요 행적이라 ㅜㅜ 사실 늦게 일어나는 것은 물건을 아내보다 먼저 사입해 놓고 한숨 자고 나서는 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IMF 등으로 사업에 실패한 무기력한 가장st한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긴 해도 집안의 남성들을 다들 무능력자로 만들어 버린 건 경험 기반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나마 6학년이 되어 새롭게 맞이한 남성 담임은 테니스 채를 손질하며 빌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지만 가정조사를 다 같이 있는 곳에서 면담하던 애란과 달리 배경보다는 학생들에 대해 집중하고 싶다는 현대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 균형을 약간 맞추긴 했습니다.

물론 창작물에서 굳이 균형을 맞출 필요까진 없지만 이제 와선 오히려 무능력한 남성군이 스테레오 타입적이고 올드 한 설정으로 다가오다 보니 굳이 뻔하게?!?? 싶긴 했네요.

그래도 좋아서 아쉬운 것들이고 부모님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는데다 어떻게 보면 전체관람가의 소소한 이벤트들로 2시간을 이렇게 소화했구나 싶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도 그렇고 아무래도 첫 장편인데다 이러한 감성에선 자신을 좀 더 투영하게 될 테니 어쩔 수 없겠구나 싶은 점들이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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