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북은뮤지컬스타에서 고운지의 나는 야한 여자를 듣고 관심이 갔던 뮤지컬인데 CGV에서 실황을 걸어줘서 관람했습니다. 뮤지컬 실황은 가격이 아무래도 쎈 편인데 23년도에 다시 공연해서인지 막판엔 홍보를 위해 할인해 줘서 더 좋았네요.
시놉은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약혼자 앞에서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당하고 도시로 건너온 여인 안나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첫사랑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신사 중의 신사, 브라운이란 청년이 찾아온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브라운의 수상한 응원에 힘입어 여성들만의 고품격 문화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추억들을 소설로 쓰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 안나의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은 거센 사회적 비난과 위험에 부딪치게 되는데…라 사실 페미니즘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지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 중에서도 그렇고 주제적으로도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접근했고 여성에 대한 부분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오히려 정면 돌파적으로 대놓고 언급해서 괜찮았네요. 직설적일 때도 있지만 유쾌한 신들이 많고 넘버들도 꽤 좋아서 추천할만합니다. 몇몇 영화적으로 편집한 정면이나 교차 신은 좀ㅋㅋㅋ
사실 그냥 레드북이란 것만 보고 갔는데 김세정이 주연인지는 몰라 신기했고 게다가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라서 더 놀라웠네요.오늘의 웹툰에서도 그렇고 약간 연극적인 연기를 한다고 다가와서 일본풍 느낌인 배우인데 뮤지컬에서 보니 딱 어울리고 노래까지 잘 소화하니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칠지만 로코적인 것도 너무 잘 어울렸고 키스신이 많았는데 달달하니 좋았던~ 인생에 오점이 남더라도 나를 지키겠다는 캐릭터가 좋았고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지금에도 여전히 심금을 울렸네요.
남주도 SF9이란 아이돌 멤버인 인성이라는데 신사 친구들과 책으로 세상을 배운 샌님 느낌으로 잘 어울리고 노래도 좋아 케미가 달달했네요. 사건들은 아무래도 뮤지컬답게 해결해 나가지만 그래도 완성도가 꽤 있게 짜여 괜찮습니다.
내가 필요 없는 여자인 안나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게 진짜 사랑스러웠던~ 사랑은 설명할 수 없는 거라는 낭만주의의 극치다웠네요. ㅎㅎ
로렐라이 멤버들의 사연들도 좋았고 다들 멀티로 상황마다 돌려 막는 게 빵빵 터졌네욬ㅋㅋㅋㅋ 남캐들도 적재적소에 잘 집어넣어 메시지의 편향성도 완화되는 감이 있습니다. 딕 존슨 송은 아예 대놓고라 미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우진도 좋았지만 방진의는 뭔가 김이나(?)가 연기하는 느낌이라 색다르게 재밌었네요. 당시엔 김국희와 같이 도로시를 맡았다는데 이 분도 영상 쪽에서 잘 어울리실 듯한~ 넘버들도 ost로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